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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병 권역응급의료센터장(응급의학과 과장)

선별진료소 운영 과정 김인병 권역응급의료센터장(응급의학과 과장)

명지병원 선별진료소는 이번 메르스 전선에서 야전부대의 역할을 담당했다. 야외에 천막과 텐트, 컨테이너 등으로 접수에서부터 진료, 입원에 이르는 병원 시스템을 갖춰 놓고 메르스의 원내 감염을 차단하고자 노력했다. 낮에는 불볕 더위와, 밤에는 모기와 싸워가며 메르스와 대적한 선별진료소 운영에 앞장선 김인병 센터장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Q 명지병원을 포함한 각 병원에 설치된 선별진료소가 이번 국가적인 메르스 대처에 어떠한 역할을 했다고 보시는지요?
A 선별진료실의 기능은 메르스의 원내 감염을 원천적으로 막기 위한 환자 분류소 개념에서 출발합니다. 환자 분류소의 기능은 환자의 중증도 및 질병에 맞게 진료구역을 배치하고 환자의 혼잡도를 방지하기 위해 운영되는 제도이나 메르스 초기에는 이 기능이 제대로 되지 못했던 측면이 있습니다.
명지병원은 지난 2009년 influenza 유행 시기에 병원 출입구에 진료소를 설치해 운영한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이번 메르스 확진환자가 발생 초기인 5월 20일에는 그 누구도 이렇게 상황이 진행되리라 생각하지 못하였으나 5월 27일 추가적으로 환자가 발생하기 시작하자 질병관리본부 및 경기도에서 각 의료기관에 병원 출입구 밖에 선별진료실의 기능을 하는 진료소 설치를 촉구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본원은 6월 2일 대책회의에서 권역응급의료센터 앞에 선별진료실 설치에 대한 의견이 나왔으며 곧바로 재난텐트를 이용한 선별진료실이 설치되었습니다. 이후 진료실 1실과 격리 병상용 텐트 3동, 음압 시설이 갖춰진 검체 채취동, 원무과 1동을 갖추고 6월 9일 응급의학과 전문의와 호흡기내과 전문의에 의해 확대 운영되기 시작했습니다.
Q 명지병원 선별진료소 확대 운영일인 6월 9일 이전의 응급실 운영에는 어떤 어려움이 있었나요?
A 본원에서는 6월2일 저녁 10시에 재난텐트를 설치하고 "메르스 의심 환자는 응급원무과로 전화하세요" 라는 안내문이 병원 곳곳에 설치되었으나 크게 환자의 흐름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고 있었다. 그때 까지도 메르스 확산에 대한 예상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6월 2일 이후 응급센터 내원 환자가 급격히 줄기 시작했고, 동시에 의료기관 인증 실사가 시작되면서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가 됐지만 큰 어려움은 없었던 것 같다.
Q 응급실을 통해 메르스가 대량 전파된 다른 병원의 사례들을 보며 책임감이 더 크셨을 듯합니다. 특히 어떤 부분에 신경을 많이 기울이셨는지요?
A 확진이 돼서 본원에 치료 목적으로 전원되는 환자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다른 병원의 사례처럼 우리가 알지 못하는 환자에 의해 병원이 뚫린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일이었습니다. 특히 메르스 대책에 대한 거의 전권을 가진 저로서는 매일 매일이 너무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열나는 모든 환자들, 과거력 파악이 안 되는 환자들, 대화가 안 되는 환자들, 요양병원에서 내원해 오는 환자들 등이 정확한 기준으로 분류가 되지 않는 상황이라 더욱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초기부터 우리만의 원칙을 세우고 담장자들끼리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가운데 혼란이 지나 시간이 지나가고 요령이 생기자 진단서와 소견서를 써 줄 수 있을 정도의 메르스 분류 전문가가 되어 있었습니다. 다행히 호흡기 내과 교수님들과 응급의학과 교수님들도 내 일처럼 같이 해주시면서 크게 과오 없이 선별진료실을 운영할 수 있었습니다.
Q 선별진료소 운영은 인력, 장소, 장비, 응대 등이 세밀하게 얽혀있다는 점이 힘드셨을 것 같습니다. 시기상 한여름 더위도 한 몫 했던 것 같습니다. 가장 큰 어려움은 어떤 것이었나요?
A 기억에 남을 만한 어려운 점은 특별히 없었습니다. 병원 차원에서 모든 지원을 해 주어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필요한 인력의 지원, 시설에 대한 지원, 장비에 대한 지원 모든 것이 부족함이 없이 일을 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총무팀의 헌신적인 인력 지원, 시설팀의 무조건적인 우선 지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Q 실외에 계속 상주하시면서 특별한 일은 없었나요?
A 선별진료실의 내원환자 수는 250여명 정도로 보고되었으나 PCR 검사건수는 120건으로 같은 지역 내 타 병원이 기록한 10건 정도에 비해서 상당히 많았던 점이 어떻게 보면 특별한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당시 분위기 상 고열이 있는 환자는 일단 메르스 환자로 의심받았기에 힘들어했던 한 환자가 기억에 남습니다. 어린이집에 근무하는 36세 여자 분이었는데 3일전부터 열이 나자 아이들의 보호자부터 의심을 시작해 어린이집이 거의 폐쇄가 될 지경이라며 울면서 제발 검사 해서 메르스가 아니라는 진단서를 해 달라는 분이었습니다. 유사한 경우가 좀 더 있었습니다.
Q 응급의학과 의사로서 이번 메르스 사태를 겪으신 후, 재난이나 신종 감염병 창궐 등 갑작스러운 사태가 생겼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새롭게 얻으신 아이디어가 있으실까요?
A 사람은 경험을 통해서 배운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누구도 이번 사태를 예측하지 못하였고 경험과 지식도 부족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특별한 아이디어는 없지만, 이번 경험에 대한 우리 사회 전체의 적극적인 반성과 이를 통한 대책방안을 세세히 기록하여 다시는 이런 초기의 혼란이 없기를 바랍니다.
Q 명지병원이 메르스 대응에 있어서 가장 잘한 점 한 가지와 개선해가야 할 점 한 가지를 꼽으신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A 명지병원은 권역응급의료센터이기 때문에 경기 북서부 권역에서 발생하는 모든 공공의료 부문을 담당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경우처럼 병원 수익에 마이너스로서 작용한다고 하더라도 명지병원이 꼭 담당해야 할 부분이 있다는 것이 저의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여기에 비춰 우리가 가장 잘한 점은 병원 구성원 모두가 같이 참여하였다는 점과 지역과 국민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을 훌륭히 해 냈다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쉬웠던 점은 초기에 더욱 적극적인 자세를 가지지 못한 점입니다. 이번 경험을 토대로 앞으로는 더욱 나아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Q 선별진료소 운영과 관련해 추가로 해 주실 말씀이 있는지요?
A 선별진료소 운영을 위해 박병마 총무팀장을 비롯한 우리의 총무팀원들 그리고 보안직원들, 시설팀, 그리고 원무팀. 너무 훌륭한 일을 했음을 다시 한번 박수쳐 드리고 싶습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신 여러분이 바로 메르스 전사이십니다. 앞에서 보이는 분들에 대한 격려보다는 이런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시는 분들에게 병원과 국민 여러분께서 많은 격려와 찬사를 보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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