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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메르스는 온다.

1년 전 감염병 신속대응팀을 만들다.

서남대학교 의과대학 명지병원

지난 2014년 5월 20일, 신종 감염병에 대응하는 원내 전문팀을 만들자는 이왕준 이사장의 발언에 감염내과 이꽃실 교수와 의료진, 간호직, 행정직 대부분은 어리둥절했다. 신종 감염병의 특성상 평소 훈련된 분야별 전문가들로 조직된 별도 팀이 필요하다는 이사장의 제안에 당시 분위기에서 현실감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 2009년 세계를 강타하며 한국에서만 252명의 사상자를 내 전 국민을 혼란에 빠뜨렸던 신종플루 유행 당시, 국내에서 가장 많은 환자를 진료하며 발 빠르게 완벽히 대처한 경험이 있는 명지병원이었지만 이번에는 아예 신종 감염병에 대응하는 팀을 상시 운영하자는 제안이 바로 와 닿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배경 설명을 들은 이들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보다 앞선 2014년 5월 13일, 이왕준 이사장은 보건복지부 소속 감염병관리위원회에 참석해 중동 지역을 강타하고 있던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소식을 들으며 신종 감염병의 심각성을 다시 깨달았다. 감염병관리위원회는 신종 플루 등을 겪으며 신종 감염병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됨에 따라 정부 차원의 감시와 역학조사, 예방, 훈련, 의사소통 등을 준비하기 위해 발족된 조직이다. 이왕준 이사장은 2009년 신종 플루에 대한 주도적이고 안전한 대응 실적을 인정받아 의료계, 학계 및 관련 부처 공무원 등과 함께 전문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었다.

이 이사장은 중동 지역 건설현장에 한국인 근로자 약 2만 명이 상주하고 있으며, 국내에 거주하는 중동지역 왕래 이슬람 교인이 20만 명에 이르고 있어 제대로 된 백신조차 없고 치사율이 40%에 이르는 메르스가 우리나라도 언제든지 위협할 수 있음을 위원회에서 보고받은 그대로 전하며 사전 대비의 중요성을 역설했다.하지만 이내 감염내과 이꽃실 교수를 주축으로 명지병원 내에 팀이 꾸려지기 시작했다. 5월 13일 메르스의 심각성을 접한 이왕준 이사장인 20일 직원들에게 내용을 전했고, 준비 과정을 거쳐 6월 9일 첫 회의까지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그렇게 시작된 것이 이름도 거창한 CDRT(Contagious Disease Response Team)였다. 명지병원 직원들은 “우리가 민간병원이지만 신종 플루 대응처럼 공공의료에 속하는 일들을 워낙 많이 해오고 있었기 때문에 CDRT 역시 그런 활동의 일환이라고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명지병원은 이왕준 이사장이 부임한 2009년부터 공공의료사업단을 조직해 운영하며 관련 지자체와 공공의료 협약을 체결하고 치매 관리, 건강 증진, 심폐소생술(CPR) 교육, 재난 의료, 정신보건 등의 다양한 사업을 다각도로 진행해오고 있었다. 공공의료 영역을 병원의 경쟁력이자 사명감의 하나로 여기는 문화가 명지병원에 있었기 때문에 CDRT팀은 빠르게 그 모양새를 갖춰갔다.

전 세계에 유례가 없는 창의적인 CDRT

서남대학교 의과대학 명지병원

이처럼 명지병원의 신종 감염병 대응은 메르스가 국내에 발생하기 1년 전인 2014년 5월부터 시작됐다. 당시 대한병원협회는 이왕준 이사장이 참석했던 감염병관리위원회의 내용을 그대로 담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의심사례 발생 시 신고 철저 및 의료인 감염예방 주의안내’ 공문을 각 병원에 발송하고 있었다. 공문에는 ▲중동지역 메르스 발생 후 16개국에서 495명이 확진돼 145명이 사망 ▲현지 거주 및 여행자 통한 해외유입 감염 주의 ▲국내에도 감염자 입국 사례 발생 가능하므로 의료진 안전관리 철저 및 의심 사례 발생 시 관할 보건소 신고 요청 등의 내용이 기재돼있었다.

6월 9일 첫 대책회의에는 명지병원 병원장과 진료부원장, 내과부장, 감염관리실장, 원무팀장, QI팀장 등이 대거 참석해 ‘감염성 질환자 유입 시 대응안’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다. CDRT 조직과 운영에 관한 회의체로 전환되는 2014년 9월 이전까지 모두 다섯 차례에 걸쳐 같은 성격의 회의가 개최됐다. 명지병원은 이런 과정을 거쳐 격리 외래, 격리 병동, 재원환자 관리 등의 분야별로 매뉴얼이 필요함을 인식했다. 국가지정 입원치료 격리병상 설치 준비, 컨테이너 등을 이용한 간이 진료실 구상, 직원 대상 교육 등에 대해 정리해 나갔다.

마침내 9월 24일 감염관리실장, 응급의학과 교수, 외래과장, 원무팀, 구매팀, 총무팀 등이 참석한 가운데 CDRT 구성과 역할에 대한 첫 번째 회의가 열렸다. 이때 명지병원 내에는 이미 신종 감염병에 대응하기 위해 이미 병원장을 필두로 하고 진료부원장을 대책본부장으로 둔 가운데 경영관리실, 기획실, 적정진료관리실, 진료협력센터, 고객서비스센터, 원무팀, 시설팀, 총무팀, 재무구매팀, 영양팀, 의료정보팀, 감염관리팀, 인사팀, 홍보팀 및 각 진료과가 참여하는 대책본부가 있었다. 하지만 위급 시 빠르게 투입돼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는 소수정예 전문 팀이 필요했고 이들이 바로 CDRT였다. 전 세계에 유례가 없을 정도로 창의적인 감염병 응급 신속대응팀이었다. 이때 이꽃실 교수는 “CDRT가 감염병 대책본부를 부팅시키는 스타트 버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차례 논의를 거쳐 CDRT는 공기매개로 전파되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SARS, AI(조류인플루엔자), 접촉매개로 전파되는 에볼라 바이러스에 준해 가동한다는 원칙을 의결했다. 또한 팀 구성과 연락체계, 물품 준비, 환자 이송 절차 등이 논의되고 모의훈련 방안이 마련됐다.

CDRT가 소프트웨어라면 국가격리 음압병실은 하드웨어

CDRT 조직이 신종 감염병 환자 발생 시 기동성있는 대응으로 환자의 이동과 2차 감염을 방지하기 위한 소프트웨어라면, 해당 환자를 안전하게 격리 입원시키고 안정적으로 치료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라고 할 수 있는 음압격리 병상이 필수적이다.

명지병원은 2013년 6월에 이미 사스, 조류독감 및 신종 인플루엔자 등 신종전염병 환자의 안전한 치료를 위한 국가지정 입원치료 격리병상 설치, 운영 기관으로 선정돼 하드웨어 준비에 들어간 바 있다.

이 병상은 고위험성 전염병 환자를 관리하기 위한 음압시설을 갖춘 특수 음압격리병상과 전염성 질환 치료를 위한 일반격리병상 및 시설, 장비 등을 국가가 정한 기준에 맞춰 확보하고 있는 병동을 뜻한다.

메르스 사태를 거치며 국가 전체가 그 필요성에 절감하게 됐지만 명지병원이 운영 기관으로 선정된 2013년부터 2014년 7월 해당 병동을 오픈하기까지는 갈등도 적지 않았다.

가장 큰 걸림돌은 내부 구성원들의 반발이었다. 2013년에 명지병원에 할당된 격리병상은 이미 지역 내 다른 대학병원들이 수용을 거부한 상태였다. 의료인들조차 피할 수 없었던 감염성 질환에 대한 거부감과 위기의식 때문이었다. 지역별로 격리병상 설치를 준비해가던 관련 부처와 경기도에서는 2011년 경기 북서부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신규 선정된 이후 개별 단독 건물을 준비하고 있던 명지병원에 격리병상 수용을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이왕준 이사장 등 수용의 필요성과 명분을 제시하는 측과 지역 내 다른 대학병원들의 사례를 들며 거부하는 교수들 사이에는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첨예하게 대립하던 이들의 의견은 ‘공공의료’라는 대의 아래 철저한 관리를 전제로 수용한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마침내 2014년 7월 문을 열게 된 것이다.

CDRT가 실전처럼 치른 신종 감염병 대비 모의훈련은 개소 3달 뒤 바로 이곳에서 치러져 메르스 완벽 대응의 토대가 됐다.

CDRT 관련 미니 인터뷰

감염내과 이꽃실 교수

감염내과 이꽃실 교수

CDRT라는 용어부터 낯선데요. 어떤 사람들이 어떤 일을 하기 위해 구성한 조직인가요?
"감염 질환은 특성상 한 공간에 머무르는 것만으로도 다수의 추가 환자를 야기시키게 됩니다. 따라서 발생 혹은 발견 즉시 신속하고 안전하게 음압 격리병동으로 이송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처럼 환자의 질환을 다른 사람에게 전파시키지 않고, 원내 직원에 대한 노출도 최소한으로 하면서 신속하게 이송하여 빠른 치료를 받게 하고자 하는데 중점을 두고 최소 필수 규모로 구성된 조직입니다."
국내외에 유례가 없는 조직 같은데 CDRT 개념은 어디서 나온 건가요?
"국내외에서는 지진과 같은 재난 상황이 발생하면 의료진과 행정요원이 같이 신속하게 출동하는 DMAT(Disaster Medical Assistance Team) 조직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와 똑같이 전염성 질환이 발생한 경우에도 신속히 출동 가능한 팀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CDRT는 원내 의료진과 간호사, 행정직들로 구성한 조직입니다. 감염성 질환은 노출시간이 길수록 기하급수적으로 환자 발생이 급상승할 수 있기에 빠른 대응만이 질환을 초기에 진화하거나 진정시키는 데 중요합니다."
CDRT 조직원 구성이나 운영 매뉴얼, 훈련 시나리오 등은 어떻게 만들었나요?
"명지병원 감염관리실 팀원들이 국내외 여러 문헌을 상당히 많이 참고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여러 차례의 회의를 거치면서 매뉴얼과 시나리오가 완성되어 갔습니다."
CDRT 구성에 대한 병원 내부 반응은 어떠했나요?
"각자 자리에서 해야 하는 본래 업무만으로도 정신없는 와중에 하나의 숙제가 더 주어져서 다들 힘들어 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결국 수차례의 회의와 시나리오 작업, 실전 모의 훈련, 훈련 후 피드백 회의까지 잘들 따라와 주었고, 많이 협조해 주었습니다."
앞으로 CDRT 조직 운영 계획은 무엇인지요?
"신종 감염병은 세계 도처에서 진행형이고, 글로벌 시대에 어느 나라도 안전지대가 아닌 만큼 CDRT 운영은 지속할 예정입니다. 앞으로도 집중 훈련을 거듭해 완벽한 전문가 집단을 만드는 게 목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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